프로젝트 미리보기
✔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씨젠의 다음 스테이지에 걸맞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재정의
✔ 세 가지 키워드(유지, 보완, 변화)를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한 노하우
✔ 클라이언트와 상호 간의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효과적인 설득 전략
Editor Jaewon Lim
씨젠은 코로나19에 대응하여 국내 첫 코로나 진단키트 개발에 앞장선 분자 진단 전문 기업이다. AI를 활용한 분자 진단 기술의 대중화를 통해 더 건강한 미래를 만든다는 목표로 국내 분자 진단 시장의 리딩 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BAT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씨젠이 지닌 기업의 브랜드 에쿼티(Equity, 브랜드 자산)를 재점검하는 한편, 국내외로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하기 위해 체계적인 비주얼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매뉴얼화 한 브랜드 가이드를 개발했다.
Mission. 씨젠의 헤리티지를 살리면서 새로운 인상을 개발하라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씨젠이 쌓아온 헤리티지를 살리면서 씨젠만의 새로운 인상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BAT는 씨젠에서 내부적으로 고려하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파악하고, 기존 정체성과 레거시를 가져가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Strategy 1.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운영 프로세스 전개
BAT는 ‘유지’, ‘보완’, ‘변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타 브랜드와 구분되는 ‘씨젠다움’의 근원을 파악하여 브랜드 핵심 가치를 추출하고(유지),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 강화를 위해 기존 브랜드 자산을 정비(보완)하여 로고의 비주얼 보정을 진행했다. 또한, 고객 접점에서 다채롭고 명료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컬러, 타이포, 이미지 시스템 재정비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 톤앤무드를 제안(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유지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확한 기준으로 나누고 정립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씨젠은 브랜드 비전과 미션이 명확했지만, 핵심 가치를 전달하는 메시지가 확실하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씨젠이 어떤 조직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향후 그려 나갈 미래상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질문이 담긴 사전 설문과 데스크 리서치를 진행했다. 모아진 답변을 토대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근원이 되는 메시지를 한 단어로 정리한 결과, 도출한 핵심 가치는 다음과 같다.
Technical(혁신적인 기술력), Challenging(끊임없이 도전하는), Humanity(인간 중심적)
Strategy 2. 클라이언트가 납득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설득 방안 제시
프로젝트의 주요 과제였던 ‘새로움’의 정도와 방향성에 대해 BAT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새로움을 제시하기보다 약간의 차이와 변화로 신선함을 주는 방향을 택했다. ‘씨젠답게’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레거시를 골조로 남기고, 앞에서 도출한 핵심 가치로 차별화를 주는 방식이 앞으로 씨젠이 지향해야 할 새로움이자 헤리티지를 유지하는 방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BAT는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며 기존의 씨젠 무드와 브랜드 에셋을 조합한 새로운 무드가 어떻게 다른지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비포/애프터 방식으로 변화를 보여줬다. 또한, 고도화된 그래픽 모티프의 활용성을 넓히는 것도 새로움을 어필하는 하나의 방식을 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Result.
1. 컬러 시스템
사전 조사 결과, 타 분자 진단 기업이 사용하는 메인 컬러는 대체로 블루 계열이었다. BAT는 씨젠의 메인 컬러인 ‘레드’가 그 자체로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브랜드 자산을 유지하되, 컬러 활용 시 발생한 문제점을 보완·개선하는 방식으로 컬러 작업을 진행했다.
씨젠의 메인 컬러 ‘레드’는 디지털 환경에 맞춰 다양하게 활용하고, 기술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각각의 작업 환경을 고려한 세 가지 타입을 제시했다. 또한, 서브 컬러에 변주를 주어 자연의 생명력과 테크놀로지 기업의 이미지를 함께 전할 수 있도록 청록 계열의 ‘씨젠 블루’를 포인트 컬러로 제안했다.
그래픽 모티프는 씨젠 기술의 근간이 되는 유전자 모형의 염색체를 상징하는 심벌을 사용하여 새로운 버전을 개발했다. 그래픽 모티프의 주요 구조는 동적인 곡선과 접합부의 유기적인 곡선으로 구성된다. 동적인 곡선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씨젠의 도전정신(Challenging)을, 유기적인 곡선은 기술과 삶을 연결한다(Connection)는 의미를 지닌다. BAT는 각 부분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형태를 몇 차례 테스트한 후 타입별로 재조합하고, 다양한 매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동형·고정형으로 적용 방안을 마련하여 시스템화했다.
3. 이미지
씨젠은 ‘휴머니즘’이 묻어나는 이미지와 메시지 사용을 중요시했다. 본질적으로 그들의 업무를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해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부 관점이 고객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기존에 유쾌한 이미지로 표현됐던 포토 무드를, 재정립한 씨젠의 방향성에 맞춰 자연스러우면서도 일상이 묻어나는 따듯한 느낌의 이미지로 교체했다.
INTERVIEW BAT 브랜드 디자인 그룹 브랜드 컨설턴트 김정희, 브랜드 디자이너 최지은, 최이정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김정희 브랜드 컨설턴트
CI 리뉴얼에서 지향해야 하는 ‘새로움’의 정도와 표현 방식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클라이언트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꽤 길었다. ‘새로움, 신선함’을 느끼는 정도는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서로가 생각하는 적정선을 맞추는 게 관건이었다. 이전과 확연히 다른 새로움을 기대하는 클라이언트에게 ‘조금의 차이를 주는 것도 결코 미미한 변화가 아니며 충분히 새로운 모습으로 구현할 수 있음’을 중점적으로 설득했다. 매회 제안에서 변화의 폭을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비포/애프터 방식의 무드를 보여주거나 그래픽 모티프의 활용성을 넓히는 것 또한 신선함을 전개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어필하여 의견을 조율할 수 있었다.
최지은 디자이너
씨젠의 대표 헤리티지인 로고, 컬러를 유지하면서 기술 발전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씨젠의 강점을 차별화된 비주얼 아이덴티티로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디자인 제작에 앞서 비주얼 전략에 필요한 키워드를 도출하여 비주얼 아이덴티티 전반을 아우르는 세 가지 디자인 원칙(Be Clear, Be Flexible, Be Positive)을 세우고 작업을 진행했다.
최지은 디자이너
빠르게 성장 중인 브랜드에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제안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클라이언트 내부에서 많은 의사결정과 유관부서의 협력이 요구됐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졌고, 예상보다 길어진 일정 속에서 프로젝트의 본질을 잃지 않고 작업의 호흡을 이어 나가는 게 하나의 도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그래픽 모티프 선정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머리를 맞대며 고심하던 모습이다. 다수의 레퍼런스 가이드라인을 뜯어보며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했고, 끊임없이 패턴을 테스트하며 최종 선정 과정을 거쳤기에 모두가 만족하는 그래픽 시스템을 도출할 수 있었다.
최이정 디자이너
정교하게 설계된 그래픽 시스템을 저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 제작물에 어떻게 반영해야 효과적일지 고민했다. 예를 들어 명함이나 서류 봉투처럼 비주얼보다 정보 전달과 실용성이 더 중요한 제작물은 과감한 그래픽 사용보다 정돈된 형식을 택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했다. 반면에, 외부 광고물이나 사내 굿즈의 경우 ‘씨젠다움’을 최대한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그래픽 전개를 활용했다. 수십 개의 어플리케이션 목록을 보며 향후 다양한 접점에서 씨젠을 만나게 될 고객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총평을 전한다면?
김정희 브랜드 컨설턴트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스스로 지향해야 할 모습과 지양해야 할 모습이 구체화되는 계기가 되었기에 향후 커리어에 큰 영향을 준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매니저란 단순히 프로젝트의 운영자가 아닌 프로젝트 자체를 디자인해 나가는 ‘프로젝트 디자이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스스로의 역할을 정의해 보면서 프로젝트 매니저의 관점을 넓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디자이너는 전체 운영 프로세스와 방향을 계획하고 최초의 기획과 최종 결과물이 일치하도록 문제 요소를 지속적으로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새로운 해결 방안을 통해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완성물이 나올 수 있도록 프로젝트 그 자체를 디자인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최지은 디자이너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브랜드를 만나 새로운 아이덴티티 개발에 참여할 수 있어 고마운 프로젝트였다. 브랜딩 관점에서 ‘새로움’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리브랜딩이란, 디자이너의 머릿속에 정해진 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고객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이정 디자이너
장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마지막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가기 위해선, 앞서 정의한 브랜드 핵심 가치와 방향이 각 단계에 맞게 녹여져 있는지 매 순간 점검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또한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한데 모여 브랜드를 완성해 나갈 때,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된 내용이 충분히 반영될수록 더욱 풍성하고 완전한 브랜드의 모습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